http://알랭 드 보통(정영목 역) / 김영하 ||이레 / 아트북스||2007-07||grade_all||354||2004-07-26||여행에 관한 두 권의 책, 떠나고 싶은 계절이 읽으면 좋을..||이 두 권의 책은 모두, 여행을 위한 책이다.
여행기도, 여행지에 대한 소개도 아닌 글이지만 하염없이 빠져들게 하는
여행에 대한 단상이랄까, 아니면 여행에 대한 매혹?

음악도시의 작가 이병률의 끌림은 그저 여행지에서 읽으면 좋을
아포리즘의 모음 같았는데 이 두 책은 나름 또 다른 개성을 가진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역| 이레| 2004.07.26 | 354p  

보통은, 마치 리포트 같은, 보고서 같은 글을 써내기로 유명하다.
그의 저서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만해도,
사랑에 빠지는 순간부터 하나하나 이유를 달고 분석해놓지 않았던가.
(물론 솔직히 고백하건데, 난 그 책은 끝까지 읽지를 못했다.^^;)

이 책은 보통의 눈으로 여행에 대해 분석한다.
하지만 여행기도 아니며, 여행지에 대한 단상 혹은 정보도 없다.

문학작품, 혹은 미술작품속의 인물과 함께 여행지로 떠나면서,
여행전의 기대부터 시작하여,
출발, 장소, 풍경, 예술, 기대에 대한 사유를 하나씩 펼쳐낸다.
예술에 대한 폭넓은 조예가 없으면 나올 수 없었을 글들.
이 매력적인 책은 보통밖에 쓸 수 없지 않았을까 싶다.

+ 이 책, 도서관에서 빌려보았다가 소장하고 싶어서 서점을 뒤졌다.
그런데 보통의 신간, 행복의 건축을 사면 여행의 기술을 1+1로 증정한다는게 아닌가.
행복의 건축이 살짝 더 비싸긴 했지만, 잠시 고민 끝에,
결국 내가 주문한 책은 행복의 건축... 그래서 두 권을 다 받았다.^^
인터넷 서점을 자주 뒤지다보면, 예약판매에는 1+3까지 증정이 있기도 하다.


"출발, 풍경, 예술, 귀환.. 네 가지 주제로 여행에 대한 깊은 사색을 시작한다.
보들레르, 플로베르, 워즈워스, 고흐, 호퍼, 버크, 러스킨, 위스망스 등의 예술가들을 안내자로 삼은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은 ‘왜 여행을 떠나는가?’부터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어디인가?’에 이르기까지,
‘여행’을 테마로 던질 수 있는 모든 질문들에 대한 성찰을 유도하고 그 해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예술가들이 남긴 글과 그림이라는 발자국을 따라 런던, 바베이도스, 마드리드, 이집트, 시나이 사막,
암스테르담, 레이크디스트릭트, 프로방스 등으로 차근차근 걸음을 옮기며 ‘여행의 기술’을 탐구하는
드 보통의 여정 속에는 그들의 고독, 방랑, 고집, 반항, 초월, 깨달음, 예술가로서의 선택과 희망이 함께 녹아 있다.
그리하여 드 보통의 여행은 어느새 몸과 마음의 여행뿐 아니라 지적인 여행의 즐거움도 가져다준다."





여행자(하이델베르크)

김영하| 아트북스| 2007.06.01 | 160p

이 책에 대한 평은 가지가지다.
솔직히 말해서 이 책은, 김영하의 팬이 아닌 사람에게는 권하고 싶지 않다.
김영하의 소설을, 김영하의 산문을 이미 접하고,
그의 팬이 되어버린 사람이 아닌 사람에게 이 책은 어쩌면
"뭐 이런 책이 다 있어?"라는 반응을 얻어내기 십상이다.

하.지.만. 난 그래서 이 책이 좋았다.
김영하의 매력이 뭍어나서.. 이런 그의 내면이 궁금했으니까..^^
(혹시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봐 덧붙이자면,
호출,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등의
소설과 포스트잇, 랄랄라하우스, 굴비낚시 등의 산문집을 펴낸,
지금은 이미 중견작가의 반열에 올랐지만, 대학시절, 현대비평과 현대소설을 공부하던 무렵만 해도
현대문명을 감각적으로 차용하여 참신한 글을 쏟아내는 신진작가였더랬다.)

이 책 역시, 여행기도 아니요, 여행지의 정보를 담은 책도 아니다.
김영하가 하이델베르크에 가서 보고 듣고 느낀 것에 대한 단상과
그 곳에서 쓴 한 편의 짧은 소설과 콘탁스 G1으로 찍은 사진을
어쩌면 얼기설기 성긴 구성으로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자유로운 편집에 예쁜 책.

+ 김영하 책도 나오면 거의 사서 보는 편이었는데,
최근 들어서는 혜민이가 김영하의 책을 발빠르게 사들이는 바람에,
이 책도 결국 혜민이의 소유라는 아쉬움이 있긴 하다.
그래도 사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예약판매분에 같이 주던 CD를 더 이상 주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은 사는 걸 접었다.(나는 선물에 약한 사람이다.^^)


"그가 하이델베르크를 여행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첫 번째엔 잠도 못 자고 떠나야 했고 두 번째엔 주택가의 작은 호텔에 묵었고,
이번에는 옛 다리와 네카어 강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에서 나흘을 묵었다.
첫 번째엔 캐논 자동카메라를 들고 왔고 두 번째엔 니콘FM2를,
세 번째엔 콘탁스G1과 라이카R8, 삼성노트북과 삼각대를 들고 왔다.
더이상 차가운 벤치에 앉아 딱딱해진 바게트를 뜯어먹지 않고
제법 괜찮은 식당에서 웨이터가 가져다주는 음식에 맥주를 곁들여 마실 수가 있게 되었다.
여행을 마치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변했다는 것을 알려면 이래서 여행을 떠나야 하고, 그것도 예전에 가봤던 곳으로 가야 한다'라고.

‘김영하의 여행자’ 시리즈는 ‘원 카메라 포 원 시티(One Camera for One City)’의 콘셉트로 만들어진다.
첫 번째 여행지 하이델베르크를 포함해 여덟 개의 도시를 여덟 개의 카메라에 담아올 예정이다."


한 번 다녀왔던 여행지에는 다시 한 번 더 가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의 말처럼, 내가 변했다는 것을 깨닫기 위해서는,
내가 이미 가봤던 곳, 익숙한 장소에 가야 하는걸지도 모르겠다.

작가 자신도 걱정이 되었던지, 그의 홈페이지(http://kimyoungha.com)에 가면,
여행자 시리즈 사용상의 주의점이라는 글이 적혀있다.
뭔가 제품 안내서 같은 그 글을 보고 잠시 즐거웠었다..

바야흐로 떠나야 하는 계절이다.

:: 여행자 시리즈 사용상의 주의점 ::

많은 관심에 감사드립니다.

<여행자> 시리즈의 사용법(?)에 대해 몇 가지 안내를 드립니다.
이 책을 만드는 데에는 저의 많은 공력과 편집자, 디자이너의 노력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워낙 전례가 없던 특이한 성격의 책이다보니 이런저런 오해가 있을 수 있어서
다음의 주의점을 알려드리고자 합니다.

1. 이 책은 소설집이 아닙니다. 소설은 미공개 신작 단편소설 한 편이 들어 있을 뿐입니다.
2. 이 책은 여행기가 아닙니다. 책에 들어있는 에세이는 주로 그 도시를 찍는 데 사용한 카메라를 다룬 것입니다.
이 책의 기본 컨셉은 One City for One Camera 입니다. 글이 아니라 사진과 카메라가 주가 되는 책입니다.
3. 이 책은 트래블 가이드가 아닙니다. 아무런 여행 정보도 담겨져 있지 않습니다.
4. 인터넷 서점의 예약판매시에 끼워드린 CD는 원래 그런 용도로 제작된 것이 아닙니다.
독립적인 컴필레이션 음반으로 기획되었으며 음반은 6월 8일 발매 예정입니다(알레스 뮤직). 물론 수록곡들은 제가 골랐습니다.
5. 이 책은 두껍지 않습니다. 총 160페이지에 불과합니다. 두꺼운 읽을거리를 원하시는 분은 <퀴즈쇼>의 출간을 기다려주세요.
6. 이 책은 하이델베르크의 노천카페에서 맥주 한 잔을 곁들여 음악을 들으며 읽을 독자에게 최적화돼 있습니다.
그러나 서울의 혼잡한 지하철에서 읽으셔도 색다른 맛을 느끼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7. 충동구매를 자제하시고 충분히 여러 가지 요소를 살펴보신 후에 구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