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글 수 77

http://요시다 슈이치 저 / 김난주 역||재인||2007-08||grade_12||192||2005-09-06||||한밤중의 행진과 1+1 이벤트로 함께 따라온 책!!
책 주는 이벤트는 언제나 신난다.
이 책은,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관계로 사실 살짝 가물가물하다.
그렇게 기억에 희미할 만한 책이었었나.....하고 살짝 고민하면서,,,
책을 훑어보면서 기억을 되살려 보려는 중이다.
얇고, 부피가 가벼운 만큼, 내용도 많이 무겁지는 않았던...
그렇지만 역시 나라면 하지 않았을 사랑의 패턴이라 답답하기도 했던..
자신이 사는 도시에 리스본의 도시 이름을 매핑시키는 놀이에 푹 빠져 있는 그녀.
★ 수겡의 책갈피
# 아키코 선배의 화제는 새로 산 침실 커튼 얘기에서 지금 푹 빠져 있다는 텔레비전 얘기까지, 아무 맥락 없이 이리 튀고 저리 튄다. 마치 지난번 내가 다녀간 후로 아무와도 얘기를 나누지 못한 사람처럼 그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나는 대로 늘어놓는다. 그러다 할 얘기가 다 떨어지면, "좋겠다, 사유리는. 밖에서 일하면 날마다 자극도 받을 테고..."라며 한숨을 쉰다.
물론 나는 "그럼 선배도 나가서 일하면 되잖아요."라고 말하지만, 그때마다 아키코 선배는 안도 주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서, "집에 있는 게 좋다나 봐."라고 어리광을 부리듯 말한다.
결국 아키코 선배는 누구 앞에서 이런 장면을 연출하고 싶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 미팅이든 결혼 피로연이든, 어디를 가든 출신교를 얘기하면 "그럼 누구누구를 알겠네?"하고 대화가 이어진다. 그런 얘기를 나눌 때마다, 직접적으로는 몰라도 어딘가의 누구와 반드시 연관이 있어, 이 도시가 하늘에서 내려온 커다란 망에 덮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 이 가이드북을 사고서 한 가지 발견한 것이 있다. 내가 해외 여행에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란 것이다. 물론 대학 졸업 여행으로 하와이에 갔을 뿐인 해외 여행 경험으로 성급하게 단정지을 필요는 없겠지만 가이드북의 권말에 실려 있는 여행 준비, 예를 들어 여권의 유효 기간에서 각종 보험 가입, 여행자 수표의 필요성, 통화 단위, 그리고 여행지에서 일본으로 전화를 거는 법, 전철이나 택시를 타는 법 등, 페이지를 팔락팔락 넘기면서 '이렇게 많은 준비를 하느니 차라리 안 가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니 말이다.............
아무튼 가이드북을 산 덕분에 내게는 '어디론가 훌쩍 떠나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 사람의 매력이란 각자가 쌓아온 인생 경험에서 배어나온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창가 자리에 앉아 멍하게 박을 바라보고 있는 사토시의 옆얼굴을 보고 있자니, 그 말이 순전한 거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유치원에서 연극을 한다고 치자. 어느 유치원에든 왕자 역할을 맡게 되는 남자애가 반드시 있는 것처럼 공주 역에 어울리는 여자애가 반드시 있다.
태어난 지 고작 3, 4년밖에 안 된 아이들이 왕자나 공주 역할에 어울리는 인생 경험을 쌓았을 리가 없다. 그런 시각에서 보면 인간의 화사한 매력은 인생 경험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태어나는 순간 이미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자신이 무슨 색이라고 생각하나요?
# 한편으로는 하이킹을 가서 감자를 굽자는 아주 이상적이고 건전한 데이트를 제안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자신이 이상적이고 건전한 데이트에 제대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기도 했다.
# 부부는 말이야, 남편의 마음도 있고, 아내의 마음도 있고, 그리고 또 부부의 마음이라는 게 있는거야. 두 사람 각자의 마음만으로 끝나지 않는달까.... 그래서 결국, 그 세번째 마음, 그러니까 부부의 마음에 우리 둘이 따르기로 한 셈이지.
# "마지막은 '실수를 하고 싶지 않다'는 것."이라고 메구미가 말했다.
그 순간 무슨 말인지 몰라, "뭐?"하고 되물었다.
"난 어떤 일에 대해서든,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전제를 깔지 않으면 시작을 못 해요."
"실수하고 싶지 않다는 게, 무슨 뜻인데?"
"그러니까, 내가 혹 실수를 하는 것 아닌가 싶은 방향으론느 절대로 가지 않는거죠.
실수라도 좋다는 각오로 누군가의 가슴에 뛰어들지 못하는 거죠."
거기까지 들은 나는 "아아."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앞에 있는 이 여자는 지금 그 굳건했던 껍질을 깼다.
순조로울 리가 없다고 여기면서도 껍질을 깨고 그 남자와의 관계에 뛰어든 것이다.
# 그와 함께 있으면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 것은 어떤 의미에서 그가 옆에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돌아보자 항구 쪽은 이미 불이 들어와 있었다. 항구 쪽 지구에서부터 차례차례 불이 들어오고 있는 모양이었다.
# 지금, 이 열차를 타고 사토시를 만나러 가는 것이 실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가면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것도, 굳이 누구에게 물어 확인하지 않아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 지금 열차 탈 거야!"하고 나는 외쳤다............
"있지, 메구미." 나는 발치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들었다.
"나노, 실수 한 번 해보려고." "네?"
"그러니까 나도, 한 번쯤은 실수를 해보겠다고."
나는 열차에 올라타면서 그렇게 말했다. 실수하지 않기 위해 내내 움츠리고 있는 것보다,
실수를 저지르고 우는 한이 있어도 움직여보려 한다.
작품 개요
소설 『파크 라이프』로 2002년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일본의 인기 작가 요시다 슈이치의 신작. 현대 도쿄에 감도는, 한 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연애의 불안’을 신선하게 다뤄 일본문단에서 단번에 주목을 받은 베스트셀러 『동경만경(東京灣景)』의 연장선상에 있는 소설이다.
이 작품에서 슈이치는 한적한 항구도시에서 나고 자란 한 평범한 여자의 ‘사랑의 기적’을 전작에서와 같이 섬세하고도 자연스러운 필치로 묘사하고 있다. 무엇보다 남녀의 연애심리, 특히 여자의 마음을 들여다보듯 표현한 심리묘사는 이 작품의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모두 열 개로 이루어진 각 장의 제목을 소설의 클라이맥스와 절묘하게 연결시키고 있는 작가의 솜씨도 이 소설을 읽는 재미다. 작가는 주인공을 통해 바라본 평범한, 그래서 늘 사랑에 실패하는 여자들의 열 가지 타입을 각 장의 제목으로 삼아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첫째, 그런 여자들의 공통점은 인기 많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이다. 둘째, 남이 싫어하는 여자는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셋째, 대체로 들어주는 역할을 한다. 이들의 네 번째 공통점은 의외로 가족관계는 좋다는 점이다. 열렬한 사랑에 빠지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가정환경이 별로 좋지 않더라는 것이다. 다섯째, 첫 경험은 열아홉, 별로 끌리지도 않는 남자친구와 ‘통과제의’처럼 치룬 첫 경험을 제대로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그밖에 6. 타이밍도 좋지 않다. 7. 아직도 순정만화를 읽는다. 8. 밤에 타는 버스를 좋아한다. 9.아웃도어를 싫어한다. 마지막은 실수를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줄거리
시골의 조그만 항구도시에 사는 여주인공 혼다는 늘 반복되는 낯익은 생활로부터의 탈출을 꿈꾸지만, 일상에 적응하며 관습처럼 살아간다. 언제부턴가 그녀는 자신이 사는 거리를 포르투갈의 리스본과 겹쳐놓고 생각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녀는 자신이 늘 버스를 타는 ‘마루야마 산사 앞’ 정거장을 ‘제로니모스 수도원 앞’이라 부른다. 회사가 있는 거리는 ‘가레트 거리’, 제방을 따라 항구에 조성된 공원은 ‘코메르시오 광장’이다. 그리고 제방과 나란히 나있는 길이 바로 ‘7월 24일 거리’다. 소설은 이처럼 주인공의 상상 속에만 있는 리스본의 거리와 현실의 거리 풍경이 중첩되어 전개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에서 평범한 직장에 취직한 혼다. 그녀는 직장 상사 안도의 부인 아키코와 고등학교 선후배 사이다. 그녀는 뜻하지 않게 이들 부부의 사이를 중재하는 일에 끌려 들어간다. 학창시절 ‘소문난 퀸카’였던 아키코는 역시 소문난 ‘연애사건’으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샀다. 그러나 상대였던 사토시가 졸업 후 도쿄의 대학으로 진학하고, 버림받은 아키코는 안도와 결혼한다. 하지만 둘 사이는 원만치 못하다. 그러던 어느 해 연말 동창회에서 재회한 사토시와 아키코. 이루지 못한 사랑에 다시 불이 붙고, 아키코는 번민한다. 불꽃같이 짧은 불륜 끝에 사토시는 도쿄로 돌아가지만, 아키코를 잊지 못한다. 연락이 끊긴 아키코 때문에 몸이 단 사토시는 주인공 혼다에게 도움을 청한다.
직장을 결근하고 고향으로 달려온 사토시는 절망 끝에 혼다의 순수한 마음에 끌리고, 주인공은 자신이 선배 아키코의 ‘대타’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학창시절부터 짝사랑했던 사토시와의 결합을 꿈꾼다.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연애의 불안’이 주인공을 사로잡고, 뜻하지 않게 찾아온 행운은 선배 아키코의 이혼 소식으로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사토시의 지금 애인은 나다”고 외치지만, 점점 자신이 없다. 그녀는 고교시절 같은 반에서 별로 눈에 띄지 않는 남학생으로부터 사랑 고백을 받고는 “아, 나는 이 정도 여자밖에 되지 못하구나”라며 눈물을 쏟았던 아픈 기억을 떠올린다.
사토시를 만나러 가는 도쿄행 기차표를 예약해놓고 갈등하던 주인공은, 자신이 늘 원하는 사랑을 쟁취하지 못하고 낙오자가 되고 마는 이유를 마침내 깨닫는다. 그것은 그녀가 “실수라도 좋다는 각오로 누군가의 가슴에 뛰어들지 못하는 성격” 탓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이제 기꺼이 실수와 맞대결을 하려 한다. 지금, 이 열차를 타고 사토시를 만나러 가는 것이 실수라는 것도 알고 있다. 가면 반드시 후회하리라는 것도. “하지만......그래 지금 열차를 탈거야!” 라고 주인공은 외친다.
작가는 소설의 말미에서 담담하지만 의표를 찌르는 반전을 암시한다. 즉 평범한 여자가 갖는 ‘사랑의 불안’으로부터 ‘사랑의 기적’을 일구어내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