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홈페이지의 자기 소개 페이지에 글을 쓸 때만해도,
그 타이틀은 "스물 일곱 해를 마무리하면서" 였는데.
이제. 그 앞의 숫자가 바뀌었다.
서른. 이제 서른을 시작하면서. 또 무엇을 시작해야할까.
3년 전에 썼던 글이, 지금도 여전히 적용되는걸 보면.
시간이 흐른다고 크게 달라지는건 없는건지도 모르겠다.
조금 달라진건. 이력서에 쓸 수 있는 경력이 몇 개 늘었다는 것.
그렇게 빠졌으면 하던 볼에 붙은 통통하던 젖살이 빠지는게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니라는걸 드디어 깨닫게 되었다는 것.
술을 마실 때도, 밤을 샐 때도, 스키장에서 보드를 탈 때도
작년보다도 몸이 더 힘겨워한다는걸 슬슬 느껴가는 것.
무작정 넓은 인간 관계를 추구하기보다는
좁아도 깊은 인간 관계가 더 소중할 수도 있다는걸 깨달았다는 것.
그만큼, 그 좋았던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모든 사람이 다 좋을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그런 것에 의연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어렸을때보다는 좀 더 편한 걸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
좋고 싫음의 구별이 좀더 까다로워져서,
싫은 걸 좋은 척 하며 참기 싫어졌다는 것. 바로바로 표현 한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보는 태도는 조금 여유로워졌다는 것.
어렸을때보다, 가능성은 좁아졌을지 몰라도,
내가 책임 지고 할 수 있는 일의 폭은 더 넓어졌다는 것.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야할 시점이 되었다는 자각이 드는 것.
이제, 결혼의 책임에 대해 부담만 갖고 피하려 할게 아니라.
평생을 같이 살게 될,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동반자에 대한
애정과 신뢰의 기반을 단단히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조금씩 느낀다는 것.
그러면 나머지는 그저 자연스럽게 흘러갈거라는 것.
지금부터의 나는, 전적으로, 내가 만들어온 모습이라는 것.
누구의 탓도 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지금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삶이 꽤나 크게 변할지도 모른다는 것.
그럼에도 아직 변함없는 건
여전히 나이 만큼 주어진 책임이 버겁게, 아직 철이 들지
않았다는 것..